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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오감만족 단편경선 심사평 2021-11-26


오감만족 국제단편경선 심사평


제7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오감만족 국제단편경선’에 오른 30편의 작품들에서는 주변을 돌아보고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영화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코로나19 2년째를 맞이하는 올해, 이동의 자유가 박탈된 가운데 필름메이커들의 눈은 가까이에 있는 가족, 이웃에게 향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음식에 대한 관심은 결국 내 이웃과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로 발전해 갑니다. 7편의 애니메이션과 7편의 극영화, 16편의 다큐멘터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물리적인 이동과 만남은 제약되지만 영화를 통해 우리는 30편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감동했습니다. 

그 작품들 중 ‘심사위원특별상’은 미국 작품인 케리 팡 감독의 <카사마만한 곳은 없다>입니다. 꿈꾸던 창업을 결정하고 뜻하지 않게 코로나 시국을 거치게 된 2명의 셰프, 이런 위기에서도 음식을 만들고 식당을 운영하고자 하는 그들의 열의를 세밀하고 차분하게 기록한 ‘카사마’ 창업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그들을 함께 응원하게 만듭니다. 대상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의견을 끌어낸 인도 작품인 조츠나 푸스란 감독의 <씨앗으로 그린 세상>입니다. 가족과 세상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아이들이 뜻하지 않은 노동 현장에 이르게 되는 문제를 실제 씨앗으로 담아낸 애니메이션으로, 독특한 소재와 은유와 생략으로 관객이 이야기를 채워 나가게 하는 짧지만 강렬한 작품입니다. 우리가 먹고 향유하는 것들이 아이들을 착취한 결과일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메시지를 너무나 아름답게 그려내어 더욱 섬뜩하기도 했습니다. 단편이 가진 매력이 잘 발휘된 작품이었고 영화제를 통해 만나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씨앗으로 그린 세상>, <카사마만한 곳은 없다> 감독님께 축하의 말을 전하며, 음식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준 모든 본선 상영작 감독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심사위원 김수정((사)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 이승준(윌로뜨 오너셰프), 이주실(배우)

 


오감만족 한국단편경선 심사평


음식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만큼 사회를 담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는 것만큼 유대를 형성하는 행위도 없을 듯합니다. 한편 음식은 권력과 불평등도 보여 줍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을 당연해 하는 것,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먹는 시간을 내지 않는 것은 모두 그 관계에서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 보여 줍니다. 음식은 또한 아이러니를 가득 품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굶어야 하는 사람이 있고, 죽어가기에 폭식을 하며, 독살하기 위해서 정성껏 음식을 대접합니다. 원하는 것만 먹이면 건강을 잃게 할 것이고, 음식을 해서 주기만 하면 성장과 자립의 기회를 빼앗을 것입니다.

이처럼 음식을 통해 관계와 권력, 사랑과 외로움 등을 다양하게 표현해 준 ‘오감만족 한국단편경선’ 본선 상영작 26편의 영화 모두 울림이 있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음식을 소재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식생활이나 음식에 관련된 삶의 스펙트럼이 다채롭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반증인 것 같습니다. 단편 영화를 심사하면서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게 관람하고, 깔깔거리며 웃거나 눈물을 흘리다니... 순수한 관객으로서 영화들을 본 거 같아 단편 부문의 모든 감독님들과 그런 기회를 주신 영화제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 넉넉하지 않았을 여건에서도 이처럼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낸 연출력도, 음식의 철학 따위 한순간 잊게 만든 배우들의 풍부한 표정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듯합니다. 

다양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다큐멘터리 등 보다 폭넓은 장르적 확장도 눈에 띄어 반갑기도 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법 많은 작품들이 수상 후보에 들었으나 단 두 작품만 선정해야 하는 부분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기혁 감독의 <메소드 연기>는 수상작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안정된 연출력으로 심사위원들의 두루 사랑을 받은 바, ‘특별언급’으로 그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서새롬 감독의 <육식콩나물>은 가장 익숙하고 가장 약해 보이는 식재료인 콩나물을 공포의 대상으로 그림으로써 음식을 그야말로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 주었습니다. 흔한 반찬, 콩나물에 대한 기발한 상상력과 그에 걸맞은 강렬하고 역동적인 그림체,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편승하는 자본의 속성을 풍자하는 메시지까지 짧지만 순식간에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마력을 품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독특한 발상과 표현으로 심사위원들의 놀라움을 자아내고 더 나아가 감독의 앞으로의 행보에도 기대를 하는 바, ‘심사위원 특별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강민아 감독의 <국물은 공짜가 아니다>는 식당을 하는 까칠한 주인공의 속사정과 사연을 주변 인물과의 관계와 음식을 통해 사려 깊고 세심하게 표현하고 발전시켜 결국 모두를 미소 짓게 만드는 결말에 세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영예의 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국물은 공짜가 아니다>는 공짜 국물을 바라는 이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치르라고 요구합니다. 정당한 대가만으로 세상이 유지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볶음면의 깔끔함만큼이나 국물의 온기가 필요합니다. 돈으로 대가를 지불하면 고객이 되겠지만 수고를 수고로 갚는다면 친구가 될 것입니다. 국물의 질척거림을 견디며 국물을 통해 서로 스며드는 것.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성장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계산적이고 고독하게 살던 청년이 다른 이들과 연대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아낸 영화로, 영화가 끝난 후에도 긴 여운이 남는 특유의 연출력을 선사한 감독의 차기작도 기대됩니다. 

음식은 관계를 보여 주는 비유와 상징으로서 탁월한 소재입니다. 이번에 출품된 영화들도 비유로서 음식을 잘 다루었습니다. 다만 한편으로는 음식 자체에 대한 응시가 좀 부족한 듯도 보입니다. 식재료를 키우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 자체의 스펙터클을 잘 보여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식의 생산/유통/소비 자체가 얼마나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 놓여 있는지도 탐구되었으면 합니다. 음식을 소재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깊은 안목과 성찰이 담긴 작품들이 더 많이 늘어나기를, 앞으로 만들어지고 출품될 작품들이 음식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수상하신 두 감독님께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계속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심사위원 김성호(영화감독), 신수진(도서출판 따비 편집장), 정금자(프로듀서/스토리티비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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